작은 소원




1. 사람많은 백화점에 가 보기.
   (소문으로만 듣던 한국 백화점 주차 요원들의 요란한 환영인사를 보고 싶었단다.)
2. 기차 안에서 삶은 달걀과 호두과자 사먹기
3. 집에서 자장면과 탕수육 시켜먹기
4. 자판기 커피 맛보기
5.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핫 바 사먹기
6. 포장마차에서 소주 마시기
7. 길거리에서 오뎅과 떡볶이 사먹기
8. 하루종일 집에서 뒹굴뒹굴하며 TV보기

13년만에 귀국한 네째 동생이 한국에 오면 꼭 하고 싶었다는 작은 소원들이다.
나한테는 마음만 먹으면 당장 실천에 옮길 수 있는 시시한 것들이지만
동생은 꽤 오랜 시간 벼르고 별렀던 모양이었다.  
매일 타 마시는 커피지만 자판기에서 꼭 뽑아보고 싶었다며 식당에 갈 때마다
배부르다 하면서도 나올 때는 후식으로 자판기 종이컵을 드는가 하면,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사 먹은 핫 바가 예전 맛이 아니라며 실망이 대단했다.
추운 길거리에서 아이를 담요에 들쳐업고도 오뎅과 떡볶이를 맛보았으며,
퉁퉁 불은 자장면과 탕수육을 시켜놓고 두 번 시켜먹을 맛은 아니라는 것을
직접 확인하기도 했다.
그런 동생을 지켜보는 내 기분은 참 묘했다.

역으로, 미국에 갈 때마다 요란떨며 이것저것 해 보는 나를 보는 동생 기분도 그랬을까?
그러고보면 우리는 너무 익숙해서, 너무 사소해서, 또 너무 가까이 있어서
그 고마움을 모르고 그냥 지나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막상 해보고 나면 아무것도 아니지만 의미를 부여하기 시작하면
놀라운 감동으로 다가오는 것들!
새해에는 그런 작은 소원들을 많이 만들고, 꼭 실천해보는 한 해가 되리라 다짐하며
오랜만에 다방커피 한 잔 마셔본다. ^.^




어느새 훌쩍 자라 아이의 엄마가 되고 철이 든 동생과 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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