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날의 단상




참 징하게 내린다.
어쩜 똑같은 굵기로 하루종일 저렇게 내리는지..
그 한결같은 우직함과 절개가 놀라울 따름.
방충망이 찢어진 관계로 하루종일 베란다 문 꽉꽉 닫고
답답한 실내에서 대본쓰다보니 머리가 절로 아파온다.
안되겠다 싶어 슬리퍼 질질 끌고 아파트 아래로 내려가
복숭아 2개, 자두 3개 사서 올라오니 숨쉬기가 한결 신선하다.
(한입 베어문 자두는 마침 적당하게 달아서 덩달아 기분을 업 시켜주고..)

오늘처럼 비내리는 날,
향좋은 커피 한잔 끓여내어 감미로운 음악 들으며
책을 읽는 인생이 있나 하면,
빗소리 들으며 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 잘 알지 못하는 낯선 나라의
풍물을 보며 원고를 쥐어짜는 인생도 있다.
그런가 하면,
엊그제 부친상을 당한 선배 언니는 거세게 내리는 비때문에
발인도 늦춰야 하는 근심을 안고 있고,
일주일 전 내린 비로 모든 것이 유실된 수재민들은
또 내리는 비를 바라보며 하늘님을 원망하고 있겠지.

내리는 비를 바라보며 정취에 젖는 인생,
내리는 비를 바라보며 온갖 근심 걱정을 확인하는 인생.  
참 별나고도 제각각인 인생.
어쩌면 그래서 한번쯤 살아볼 만한 게 아닐런지...



가난한 날의 행복 ::: 푸무클님 그렇게 비가 많이 내릴때는 더위는 빼고 비만 원망하고 살았는데 이제는 도리어 비를 그리워 할정도로 더위를 원망하고 있습니다. 왜 이렇게 얇은 감정을 갖고 사는지 모르겠습니다. 푸무클님 어서 방충망 고쳐야 겠습니다.
::: 이 더운 여름에 보름을 베란다 문닫고 지내다 드뎌 고쳤습니다. 그러고보면 저도 참 미련하죠? ㅎㅎ 사람 마음 간사하기야 어제 오늘이 아니거늘, 나이 들면 좀 덜할 줄 알았는데 아직 멀었나 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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