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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우연 -김인숙
처음부터 끝까지 하룻밤에 단숨에 읽었다.
나와 참 다른 여자가 있구나.. 그녀의 방식을 이해하려고 애썼다.
나와 비슷한 인간이 여기에도 있구나.. 그녀가 딱해서 눈물이 났다.  
소설을 읽으면서 주인공들의 처한 상황과 이야기의 전개를 현재의 내 모습에 비춰보는 것
어쩌면 당연한 일인데도 이 책을 읽으면서 내내 가슴이 아팠다.
특히 그가 그녀에게 선물한 설계도 장면에서...
사람은 누구나 다 이렇게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자신에게 상처를 주는 존재일까.
스스로가 그런 줄 너무나 뻔히 알면서도 말이다.
마지막 장면을 덮으면서 제목이 의미하는 기막힌 ‘우연’에 섬뜩했다.

- 사람이 사람을 만나는 일에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어쩌면 추억이고,
  자기 안의 결핍이고, 혹은 상처거나, 홀로 꿈꾸었던 소망일 것이다.
  그러나 새로운 것은 아무것도 없다. 모든 것은 이미 내 안에 있었고,
  또한 그의 안에 있었다. 그것이 슬픔이든 기쁨이든, 혹은 모욕이든 찬사든,
  그와 내가 치러야 할 생의 순간들은 언제나, 갑작스럽게 내 앞에 있다.
  그러나 그 느닷없는 순간을 위해, 나는 이미 오래전부터 그를 알고 있었을 것이다.
  사랑이란 것은 항상 낯설지만, 실은 가장 익숙한 것에서부터 온다. (작가의 말)

- 모든 사소한 것은 특별하고, 또한 모든 특별한 것은 어쩌면 아주 사소한 것에
  지나지 않을 것이란 생각은, 삶은 두렵게 하기도 하고 위로하기도 한다.
  가급적이면 나는 모든 사소함으로부터 위로받기를 바란다.  (작가의 말)

- 그는 그전에도 여자와 헤어진 적이 있었다.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헤어졌든 간에,
  한 사람이 머물렀던 자리가 완전히 사라지고 그 자신이 과거의 모습으로 완벽하게
  봉합되는 데는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p163)

- 넌 그 자식의 면상을 갈겨줬어야만 했어. 넌 그 때 벌써 스물다섯 살이었다며,
  순진하다는 걸로 용서받을 수 있는 나이는 지나 있었단 소리야. 남들 약아지는 동안
  넌 뭐 했는데? 남들은 다 쌩쌩 달리는 고속도로에서 저 혼자 규정 속도 아래로
  달리는 차처럼, 너같은 여자도 위험 신호라고. 모든 사람들의 정상적인 흐름을
  방해한단 말이야. 그러다간 누군가가 너 때문에 꽝! 목숨을 잃을 수도 있어. (p204)

- 누군가의 잠든 얼굴을 내려다보는 일이란 원래 그런 것일까. 몸이 아니라
  기연의 마음이 물처럼 흘렀다. 격류도 없이, 폭포도 없이, 부드럽게,
  맑은 소리를 내며... 마침내는 따듯하게...
  그러나, 기연은 바로 그 순간에, 다시는 이 남자의 잠든 얼굴을 들여다보는 일
  같은 것은 하지 않으리라고 결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마음이 흘러가는 곳의
  끝은 때로 낭떠러지일 수도 있는 것이다.  (p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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