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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ook :: 김영하의 <검은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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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하'라는 작가의 보여지는 쿨한 모습을 좋아하면서도 그의 작품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는데 소설 <검은꽃>을 읽고 그를 다시 보게 되었다.
뭐 역사소설이라는 것이 기본 서술은 먹고 들어간다 하지만
그래도 읽는 내내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졌고, 다 읽고 났을 때는
황석영의 표현대로 빈 먼지바람이 가슴속을 스치고 지나간 듯 했다.

1905년에 제물포를 떠나 지구 반대편의 마야 유적지, 밀림에서 증발해 버린 일군의 사람들...
이 책을 읽기 전까지 나는 멕시코 유카탄반도에서도 하와이나 쿠바에서처럼
우리 한인들이 사탕수수 농장에서 일한 줄 알았다.
그러나, 이들은 애니깽이라 불리었다.
사탕수수 보다 곱절로 베기 힘든 작물 <에네켄>이 스페인어 애니깽으로 와전된 것이었다.
              
짐승만도 못한 취급을 받으며 마치 전쟁터나 다름없는 일상을 살아내던 우리의 선조들.
기구한 그들의 운명도 운명이지만, 남의 나라 혁명에 투입되어 목숨을 잃은
억울함도 억울함이지만, 그 중에서도 나를 울린 건 바로 이 대목이다.

황사용과 하와이의 한인들은 유카탄의 한인들 전체를 하와이로 집단 이주시키는
대담한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문제는 경비였다.
이 부분에서 하와이와 본토의 한인들은 놀라운 희생정신을 발휘한다.
이들은 모든 경비를 자신들이 부담하기로 하였고, 즉각 모금에 들어갔다.
하와이에서만 5441달러, 본토에서 536달러가 걷혔다......

나라를 잃고 일본에 합방이 되던 그 시절, 하와이로 한발 앞서 떠난
이민자들은 역시 제 입에 풀칠하기도 어려우면서 멕시코의 동포들이
짐승보다 못한 취급을 받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십시일반 한 것이다.
울컥 목이 메고, 가슴이 뭉클해왔다.
그 시절에도 그랬건만, 도대체 등따시고 배부른 요즘 ..
나라 돌아가는 꼴은 왜 이 모양이란 말인가.
단 한 명의 국민조차 살려내지 못하는 지금 이 나라,
열 개 가진 자가 한 개 가진 자의 그 하나마저 뺏어려드는 이 나라,  
도대체 나라없는 그 시절보다 나을 게 뭐람~
책을 읽는 내내 가슴을 짓누르던 돌덩이가 책을 덮어도 여전히 가실 줄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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