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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ook :: 발로 차주고 싶은 등짝

아쿠타가와류노스케.
성실하지 않았던 대학시절 일본문학수업을 거슬러 올라가 볼 때,  
유독 선명하게 기억이 나는 작가가 바로 그다.
[羅生門][闇中問答]등을 남기고, 서른 다섯에 자살로 생을 마감한 천재작가.

‘아쿠타가와’ 문학상은 그의 죽음을 기리기 위해 제정한 상으로,
통속소설이 아닌 순문학에서 제일 권위있는 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의 소설이 워낙 어려웠던 탓에 내게는 덩달아 ‘권위’ 그 자체로 느껴지는 상인데....
올해 19살의 소녀가 이 상을 수상해서 일본에서는 화제다.
사진을 보니 얼굴도 이쁘다. 역시 신은 공평하지 않을 때가 종종 있다.


이야기의 전개는 간단하다.
또래 친구들과 어울리기 싫어하는 여주인공 하츠와 비슷한 부류인
니나가와의 다가갈 듯 서로 어긋나는 고독 이야기.
또래로부터 왕따를 당한 것이 아니라, 또래를 왕따시키고 있는
공통분모의 소유자인 하츠와 니나가와.
그러나, 이 두 사람이 바라보는 것은 서로 다르다.
바로 이 접속 불능에서 감정이 생겨나기 시작하는 것이다.....

발로 차주고 싶은 등짝을 아직 만나본 적이 없다.
아니, 더 정확하게는 사람의 등을 유심히 본 기억이 없다.
그건 어떤 기분일까.
사랑과 미움, 관심과 무관심, 애증이 교차하는 등짝은 어떻게 생겼을까.

등짝을 걷어차줌으로써 세상과 소통하는 그녀의 방식이 너무 사랑스럽다.
에쿠니 가오리나 요시모토 바나나에 비하면 훨씬 긴 문장이지만 여전히 술술 잘 읽힌다.
와타야 리사 덕분에 세상을 살아가면서 알고 싶은 기분이 하나 더 생겼다.
꼭 경험해 보고 언젠가는 멋지게 써 먹어야지~

발로 차주고 싶은 기분이야....
발로 차주고 싶은 인간이야...
발로 차주고 싶은 영화야....  


+왜 저렇게 섞이고 싶어하는 걸까? 같은 용액에 잠겨서 안도의 한숨을 쉬고,
다른 사람들에게 용해되어 버리는 게 그렇게 기분 좋은 것일까?
난 ‘나머지 인간’도 싫지만, ‘그룹’에 끼는 건 더더욱 싫다.
그룹의 일원이 된 순간부터 끊임없이 나를 꾸며대지 않으면 안되는,
아무 의미없는 노력을 해야 하니까...

+팬, 그 산뜻한 울림. 새로 시판된 청량음료의 이름 같다.
“나, 올리짱 팬이야. 죽을만큼 좋아해.” 그는 진지한 얼굴로 말한다.
팬이라는 말이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뭐라고 설명하긴 어렵지만, 그 경쾌한 울림과
올리짱에 대한 니나가와의 강렬한 감정은 전혀 연결되지 않는다.

+큰 보폭으로 걸어오는 모습, 맨발에 신은 큼직한 스티커즈...
올리짱을 떠올리자 가슴이 먹먹해져 온다.
그 시절의 내 모습도 함께 떠올라버렸기 때문이다.

+발로 찬 것이 들키지 않기를, 하긴 설사 파란 멍이 들었다고 해도, 등이니까,
여간해선 알아챌 일이 없겠지. 그의등 뒤에서 아무도 모르게 내출혈하고 있을
푸른 멍을 상상하자 사랑스럽고, 게다가 손가락으로 눌러보고 싶기까지 했다.
난폭한 욕망은 멈출 줄을 모른다.

+오싹했다. 좋아한다는 말과 지금 내가 니나가와에게 품고 있는 감정의 그 차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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